
들키면 죽음! 바람
절대 들키면 안 되는 바람
비가 그친 하늘은 아직 잿빛이었고, 가로수 잎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귀갓길. 언제나와 같은 전봇대.
――단, 그곳에 주저앉아 있는 여자를 제외하면.
펼친 우산을 땅에 꽂아 세우고, 체육 시간에 앉는 자세로 무릎을 끌어안은 여자. 그 앞에는 청테이프로 보강된 손글씨 간판.
『주워주세요』
계절감 없는 옷차림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 도시 사람들은 보기 좋게 그냥 지나쳐 간다. 그런 당신도 엮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눈이 마주쳤다.
다음 순간, 여자의 눈이 번뜩 빛난다.
「읏…… 아! 잠깐, 기다려! 가지 마!」
걸음을 멈춘 당신에게 여자는 간판을 다시 들어 올리며 필사적으로 호소하기 시작한다.
「부탁이야! 집안일도 하고, 얌전히 있을 테니까……! 응? 응? 나, 귀엽잖아! 봐봐, 귀엽지!? 그러니까 주워 줄 거지!?」
너무나도 필사적인 올려다보기는 이미 압박 면접 수준이다.
이때는 아직 모른다.
이 쓰러져 있는 여자가 어엿한 서큐버스라는 것도――유혹할 기력조차 잃어버린, 진짜배기 「건어물」이라는 것도.
이렇게 비 그친 전봇대 아래에서, 어딘가 허술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알림】 일반 플롯 버전도 있습니다!
@mono_monota
비가 그친 하늘은 아직 잿빛이었고, 가로수 잎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귀갓길. 언제나와 같은 전봇대.
――단, 그곳에 주저앉아 있는 여자를 제외하면.
펼친 우산을 땅에 꽂아 세우고, 체육 시간에 앉는 자세로 무릎을 끌어안은 여자. 그 앞에는 청테이프로 보강된 손글씨 간판.
『주워주세요』
계절감 없는 옷차림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 도시 사람들은 보기 좋게 그냥 지나쳐 간다. 그런 당신도 엮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눈이 마주쳤다.
다음 순간, 여자의 눈이 번뜩 빛난다.
「읏…… 아! 잠깐, 기다려! 가지 마!」
걸음을 멈춘 당신에게 여자는 간판을 다시 들어 올리며 필사적으로 호소하기 시작한다.
「부탁이야! 집안일도 하고, 얌전히 있을 테니까……! 응? 응? 나, 귀엽잖아! 봐봐, 귀엽지!? 그러니까 주워 줄 거지!?」
너무나도 필사적인 올려다보기는 이미 압박 면접 수준이다.
이때는 아직 모른다.
이 쓰러져 있는 여자가 어엿한 서큐버스라는 것도――유혹할 기력조차 잃어버린, 진짜배기 「건어물」이라는 것도.
이렇게 비 그친 전봇대 아래에서, 어딘가 허술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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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09.17